1984 by Danielle Steel사람 입맛이란게 참 요상해서 계속해서 달달한 걸 먹다보면 그 다음엔 꼭 맵고 짠걸 찾게 된다. 분명 먹고나면 속이 편하지 않을걸 뻔히 알면서도, 꼭 자극적인걸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못말리는 심사이니, 이 책도 꼭 그런 경우다. 전사한 아버지 얼굴도 모른채 유복자로 태어나 엄마의 지극정성속에 커온 Tana, 보답받지 못하는 기다림에 고통받는 엄마의 간절한 소원-부유한 남자를 만나 제대로 결혼하고 예쁜 아가들과 함께 풍족하게 사는 것-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단순한 타이틀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길이라 생각하고 법대에 진학해서 변호사, 판사가 되기까지 결혼보다는 일에 매달리던 그녀가 결국에는 Mr. Right를 만나 일과가정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이야기. 줄거리만 보면 다른 로맨스 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Prince Charming이 아닌 Mr. Right를 선택하는 점이나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자신의 일에 매달리는 여주인공에 대한 묘사는 20여년이란 세월의 차이를 못 느끼게 한다. 문제는 D.S 작품이니만큼 당연히 여주인공이 구질구질한 고생을 하게 된다는 것. 그늘속의 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렇게 추앙해마지 않는 남자의 아들에게 자신의 딸이 폭행을 당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 엄마, 좀처럼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만나는 남자마다 순탄치 않은 여주인공. 자신에게 헌신적이고 완벽한 조건을 갖춘 Harry에게는 우정 이상의 감정이 안 생기고, Harry의 부상으로 알게 된 그 아버지에게서 안정과 사랑을 느끼지만 Harry때문에 인연은 맺지 못하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남자는 과격한 좌파 테러리스트였고, 자신의 어머니와 똑같은 길을 걷게 한 남자에, 안정적인 관계보다는 현재만이 중요하고 판사가 된 Tana를 못 견디는 남자에,.. 해피엔딩까지 오는 길이 참으로 험난하다. 오히려 이 책은 로맨스 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눈길을 끈다. 진주만이 폭격되자 자원입대해서 결국엔 전사하고 마는 Tana의 아버지와 세대는 다르지만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월남전에 참전해서 반신불수가 되는 천하제일 플레이보이 Harry. 전쟁의 당위성이 없다면 자신의 부상이 아무 명분도 없는 헛된 희생이기에 애써 월남전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역설해야 하는 Harry의 모습에서 2차에 걸친 걸프전에 참전해서 부상당하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이 잠시 투영되는 건 좀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장학금을 받는 처지였기에 남부의 대학에서 처음 입학한 흑인 Sharon과 방을 같이 쓰게 되고 친구가 되면서 맞닥뜨린 60년대 흑백 갈등. 당연히 교회가 다르고, 흑인이기에 시내 어느 곳에서도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할 수 없고, 아버지가 퓰리처 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유명 작가이고 어머니가 정부에서 일을 하는 변호사임에도 Sharon의 15살짜리 남동생은 나무에 매달려 살해당하고, 결국엔 Sharon마저도 총에 맞아 죽는 그런 시대. 뭐 실제 속 깊은 곳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흑인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오는 지금의 미국을 보면 이 책은 역사소설로 분류되어야 할 것 같다. 비록 너무나 소중하고 괜찮은 남자 친구인 Harry때문에 강도가 좀 덜해지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D.S 책은 TV 드라마같다. 자극적인 소재에, 진부하고 마음에 안 드는 내용 전개에, 욕이 절로 나오게 하는 찌질한 여주인공에,.. 그러면서도 시간만 되면 꼬박꼬박 TV앞에 앉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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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등록된 덧글
다행히 그 책은 안 봤답니..
by anita at 12/03 읽고 있는 동안은 확실하.. by anita at 12/01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니까 .. by Relux at 12/01 어, 정말요? 그럼 잠시 .. by anita at 11/26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는.. by anita at 11/25 [어울리지 않아도 괜찮.. by anita at 11/25 잘 모르겠어요. 최근엔.. by anita at 11/25 거기에 키득키득 거리며 .. by anita at 11/25 문정님 책은 처음이었는.. by anita at 11/25 으하하, 그랬으면 더욱.. by anita at 11/25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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