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resistible

1998 by Mary Balogh

언젠가 '과연 남녀 사이에 우정이 존재하는가' 이런 얘기로 동기들끼리 둘러 앉아서 나름대로 열띤 토론을 벌인던 적이 있었는데 그 설왕설래에 종지부를 찍은건 달통한 선수이던 한 선배였다. '남녀 사이에 진정한 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쿨한 우정을 자처하지만 속으로는 표출하지 못한 애정이 기회를 엿보며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책을 읽다보니 갑자기 그 선배가 생각난다. 

금슬좋은 부모님이 남겨 놓은 줄줄이 다섯이나 되는 여동생 중 넷을 결혼시키고 이제 막내와 이종사촌 여동생만 결혼시키면 드디어 독신남으로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Nathaniel, 시즌을 앞두고 커다란 희망을 품고 런던에 도착한다. 보호자 노릇을 하랴, 몇년만에 보는 세 친구들 만나랴 바쁜 그, 우연히 전쟁터에서 전우(?)였던 Sophia를 마주치는데, 문제는 그렇게 화통하고 씩씩하던 이 친구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워털루 전쟁 영웅의 미망인인 Sophia, 정부의 보상금으로 작은 집에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남에게 신세 안지고 조용히 사는 게 꿈인데 계속되는 협박으로 이젠 거의 파산지경에 이른다. 남편의 비밀편지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무시하자니 결혼을 앞둔 조카들과 친정 오빠의 사업에 지장을 줄 게 뻔해 어쩔 수 없이 돈으로 입막음을 해온 바람에 몇년째 새 옷은 고사하고 이젠 다달이 석탄값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따라 같이 다니던 전쟁터에서의 친구였던 Nathaniel 들과의 만남은 당장 눈앞의 절박함을 잊게 해주는 활력소가 된다. 

씩씩하고 용감했던 Sophia가 친구에서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는 Nathaniel과 예전부터 다른 애정의 상대가 있었던 남편보다 남몰래 마음 한자락에 그를 담고 있었던 Sophia, 이 둘이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벌어지는 얘기들인데, 캔디같이 씩씩한 Sophia에 비해 Nathaniel의 성격이 잘 잡히지는 않아서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처음 만남부터 서로 지독하게 싫어했던 이종사촌 동생인 Lavinia와 그의 친구인 Eden의 이야기가 훨씬 더 생동감이 있다. '잘난척 하는 노처녀', '못 말리는 바람둥이', 이렇게 서로 질색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이야기가 주가 되었으면 더 재미있을 뻔 했다.

by anita | 2008/01/23 22:11 | romanc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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