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2
[로마인 이야기]의 대히트 이후 주위에서 여기저기 [~ 이야기]를 붙인 책들이 눈에 띈다. 그런 책들을 읽다보면 [로마인 이야기]나 [바다의 도시 이야기]와 대비가 되는데 그 차이는 바로 사람의 이야기, 정확하게 말하면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다른 책들을 읽다보면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결국에는 역사서가 되어버리는데 반해 시오노 여사의 이야기들은 그 시대를 가열차게 살아간 남자들을 통해서 역사를 보는, 그래서 역사서라기 보다는 역사 소설로 보면 제법 구미에 맞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카이사르, 전쟁 3부작의 남자들, 베네치아 남자들,,... 절로 가슴뛰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 그게 바로 시오노 여사가 끌고가는 방향성 아닐까 싶은데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밋밋하다. 써야겠다고 하는 편의 남자들은 거의다 비실비실하고, 눈에 확 띄는 남자는 쓰고 싶지가 않고... 물론 이 책이 그리고 있는 시대 자체가 그럴수 밖에 없긴 하지만.

고드프루아, 보에몬드, 보두앵, 탄크레디가 활약했던 1차 십자군의 결과 시리아와 팔레스티나에는 십자군 국가가 성립된다. 뭐 당연히 신의 섭리이자 은총이라고 유럽 사람들은 열광했겠지만 이 왕국은 태생적으로 결함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예수살렘을 포함한 인근의 예루살렘 왕령, 트리폴리 백작령, 안티오키아 공작령, 에데사 백작령, 이 네개의 작은 영토가 피사+아말피+제노바+베네치아 해양도시 국가의 힘이 미치는 지중해 연안에 쭉 서 있는 템플 기사단과 병원 기사단의 성채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거기에 왼쪽은 적군인지 아군인지 헷갈리는 비잔틴 제국, 위 아래 오른쪽은 죄다 이슬람 세력. 더구나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무관심하고, 아니면 도와주러 왔다가 해만 끼치고 가고. 그러니 이 십자군 국가가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신의 기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90여년간의 그 은총도 사람을 봐가면서 내리는 건지 1세대 십자군들 뒤를 이은 사람들은 역량이 그만 못하고, 반면 이들을 상대했던 이슬람쪽은 뛰어난 인재가 연달아 나오며 결국엔 이슬람 세력을 통일한 살라딘에 의해서 예루살렘은 함락되고 만다. 

2권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속에 맴돌았던 것은 [사막의 나란토야]와 [킹덤 오브 헤븐]. 영화는 어슴프레 기억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속의 등장인물들은 생생하게 살아 움직였고, 책은 당연히 십자군의 모습이 더 생생했고.

반면 이 2권은 좀 그렇다. 남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그냥 역사의 흐름을 쭉 훑는다고 할까. 예루살렘이 함락되었다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보다는(비잔틴의 마지막과 비교해 보면) 이 2권은 시오노 여사가 이미 쓰고 싶은 남자들 얘기는 다른 책에서 줄줄 읊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쓸만한 남자가 없어서가 아닐까. 다른 책에서 다루지 않았던 문둥이 왕이나 발리앙은 너무 숭고하고, 살라딘 역시 메메드 2세와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신사적이라 시오노 여사의 취향은 아닐테니까.

하여간 결국에 예루살렘이 살라딘의 손에 함락되고서야 유럽 전역은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중근동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다. 가장 화려했다는 3차 십자군이 시작되는 것이다. 
by anita | 2012/07/04 21:08 | 이런 책, 저런 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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